1만 평 대지 안에 집만 22채를 가진 부자가 있습니다. 집과 집 사이를 카트로 이동하며 하루 세끼의 식사를 각각 다른 건물로 이동해서 합니다. 삼성가, 엘지가 같은 재벌의 이야기가 아니고 유럽의 귀족이나 미국의 백만장자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웃집 백만장자" 1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우리나라 1세대 헤어디자이너 이상일님의 이야기입니다.

1980년대 국내 최초로 미장원, 미용실을 '프리미엄 헤어숍'으로 혁신하고 미용업계 종사자들을 '헤어 디자이너'로 명명한 선도적 인물인데요. 故신성일, 장미희, 김완선 등 당대 최고 톱스타들의 헤어 아티스트로 활약했으며 故앙드레김 패션쇼의 상징인 '양머리 스타일'의 창시자로도 유명한 분이죠.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서장훈 2조 부자설’로 시작한 방송
부와 성공을 일군 12명의 '진짜 부자'를 찾아 그들의 성공 비결을 탐구하는 "이웃집 백만장자"가 EBS에서 방영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진행자 서장훈이 마지막에는 항상 "어떤 마음으로 살고 계십니까?"라는 공통질문을 던지며 진정한 부자들의 마음과 철학을 들어보고 있어요. EBS 교육방송 프로그램으로 감동과 함께 진정한 부에 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고 있답니다.
진행자 서장훈이 웅장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우리는 무엇을 가져야 행복해지는 것인가? 돈? 명예? 사랑? 자유?”라는 화두를 던지며 1화 방송은 시작됩니다.
항간의 ‘서장훈 2조 부자설’을 후킹메시지로 깔아 놓고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는 도입부는 첫회 방송임을 감안해서 그냥 애교로 봐줘도 될 것 같아요.^^
2조 부자는 아니어도 서장훈이 부자인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잖아요. “부자라서 좋은 점이 뭔가요?”라고 묻자,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보지 않아도 된다”라는 그의 메시지가 귀에 와서 꽂히네요.
“작은 성공이든 큰 성공이든 성공에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틀림없이 이유가 있어요 돈을 떠나서 우리가 분명히 배울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라며 “부자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에 대하여는 “어떤 마음으로 사십니까?”라고 답을 하는데요.
이 “어떤 마음으로 사십니까?”는 이웃집 백만장자의 전편에 흐르는 공통된 질문인데요. 이 방송을 애청하면서 참 좋은 질문이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었답니다.
고객에 대한 진심어린 감사의 캡슐
헤어디자이너로서 고객의 머리카락을 모아 고급 캡슐에 보관하는 이상일! 방문고객에 대한 모발진단 차트를 만들고 고객의 머리카락을 보관하며 열정을 쏟았던 헤어디자이너 이상일! 그는 오늘날의 자신이 있게 해 준 고객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갤러리에 파티 테이블을 만들고 그 위에 캡슐로 보관하고 있답니다. 남다른 면모임이 분명하네요.

그의 고객들은 故신성일 배우부터 장미희, 이보희 등 70~80년대 최고의 스타들 뿐 아니라 2000년대 슈퍼주니어와 동방신기에까지 이른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죠.
그의 소울푸드 “삶은 계란”과 백지수표에 대한 제시금액 “4,200원”?
방송 중에 그가 가져와서 공개한 소울푸드는 “삶은 계란”인데요. 가난하던 젊은 날 서울로 상경하는 아들에게 어머니가 싸주셨다는 삶은 계란을 기차에서 먹으며 “멋지게 한 번 살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그의 인생은 용산역 도착에서부터 드라마같이 펼쳐집니다.
이상일님의 인생을 바꾼 금액 4,200원! 명동에서 사본 패션지의 내용이 궁금해서 번역을 맡기면서까지 봤는데 그 번역료가 4,200원이었답니다. 그 패션지에서 “프랑스 파리에는 남자 미용사가 있다”는 글을 보고 미용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떠나면서 그의 도전은 시작됩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남자 미용사라고는 상상조차 못 하던 시절이었으니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네요. 짜장면 한 그릇 300원 시절에 4,200원이면 정말 큰 금액이죠.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인가 봐요. 이 4,200원의 번역료가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으니 백지수표에 “4,200원”을 쓴 건 너무 이해가 되는군요.
잡지 한권에 떠난 프랑스 파리 유학과 결혼
잡지 한 권을 보고 꽂혀서 프랑스까지 떠난다는 것은 그의 실행력을 보여 주는 단면입니다. 부자든 성공한 사람이든 실행력이 탁월하다는 것은 공통점인 것 같네요. 프랑스 미용학원에서 만난 한국 여인에게 200불을 빌린 후 갚는다는 핑계로 시작된 연애 끝에 결혼에까지 이르게 되는데요.

파리에서의 로맨틱한 연애가 있었겠지만 현재는 집에서 거의 대화가 없는 부부의 모습인 게 그냥 평범한 우리네 60~70대들의 모습 그대로라 웃겼어요.
00미용실,**미장원 No! “헤어뉴스”로 미용업계의 판도를 뒤집다.
그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당시에도 우리나라는 대부분 00미용실, **미장원이 대부분이던 시절이죠. 그는 택시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뉴스”라는 단어를 “헤어”에 붙여 “헤어뉴스”라는 브랜드를 런칭합니다.
이때부터 미용실이 “헤어샵”, “헤어살롱”으로, 미용사는 “헤어디자이너”라는 호칭이 쓰이기 시작하니 그는 미용업계의 프론티어로서 판도를 뒤집기 시작한 거죠. 동네 미용실 미용료가 2,000원~3,000원이던 시절에 15,000원~30,000원이어도 손님이 줄을 섰다고 해요.

미용기구, 가구, 티잔, 매일 생화를 바꾸는 인테리어 등 최고급화를 통해 부자들을 상대로 한 고급화 전략을 선택한 명동 “헤어뉴스”는 대박을 터트렸답니다. 오픈런은 일상다반사로 식사할 시간도 없었고 일이 끝나면 한의원에서 매일 물리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네요.
재산 상속에 대한 파격적 선언
이상일은 방송에서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이 장면은 방송에서 가장 높은 분당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나는 계란 한 줄로 일어났는데...” “왜 그걸 자식들에게 물려줘요? 물질을...지금까지 가르치고 키워줬는데... 물질 물려주면 정신 망가져요.”라는 그의 멘트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것은 그의 삶의 궤적이 증명해 줄 것 같아요. 실행에 옮겨지는 모습을 본다면 새로운 감동이 될 것 같네요.
이상일님이 전하는 성공비결
이상일님은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나는 돈을 벌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감정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 고객을 가장 아름답게 해 드릴까?' 그 생각에만 집중했다"라고 담담하게 대답합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 성공과 물질은 나의 그림자에서 쫓아온다. 괴로움도 외로움도 한때면 지나간다. 인내심을 가지면 된다"는 그는 새벽 2시에 일어나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그림에만 집중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고 해요.
35년간 미용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그를 만나본 시간은 묘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헤어디자이너가 이런 엄청난 부를 이룰 수 있었다는 생각은 우리가 너무 근시안적으로 사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과 인사이트를 주었답니다.
EBS에서 방영한 '이웃집 백만장자'는 단순히 부자들의 화려한 생활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공 뒤에 숨겨진 가치관과 철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돈이라는 주제는 굉장히 중요하고 최근 보편적인 관심도 높아졌다. 한국에서 '정당한 부'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부분과도 맥락이 닿는 방송이라 기대가 큽니다.

